사진=김성효 기자 [email protected]

– 조연출 맡다가 촬영 기회 얻어
– 독립·상업영화 경험 후 佛 유학
– 사제지간 전수일 감독과 활동

– 부산독립영화협회 공동대표로
– “부산 영화 인프라 여전히 취약
– 상업영화 제작 기회제공 필요”

부산 영화계는 전문적인 기술 스태프가 많이 부족하다. 대부분 독립영화 혹은 단편영화만 만들어지는 부산의 상황에서 영화촬영만으로 밥벌이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도 밥 먹으면서 해야 한다. 그래서 정성욱(39) 촬영감독은 부산 독립영화계에서 특별한 존재다.

S#1.연출vs촬영, 카메라를 선택하다

그가 대학 졸업작품으로 연출한 ‘빈곳에서’를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서정적인 인서트 장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 감독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이 주인공이란 것이 신기했다. 종종 스태프들도 촬영장에서 감독과 주인공을 헷갈렸다.

경성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김우형 촬영감독을 만나 촬영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찰나 김백준 감독의 ‘짧은 여행의 기록 광주’ 조연출로 참여하기로 했다가 촬영할 사람이 없어 자연스레 카메라를 잡게 되었다. 운명이었을까. 연출보다 촬영 쪽에서 기회를 얻은 그는 김우형 감독이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촬영을 맡으면서 촬영부로 들어가게 된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골고루 경험한 뒤에는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애초 계획은 프랑스에서 촬영일을 하며 정착하려고 했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고, 대신 프랑스에서 귀국하자마자 전수일 감독의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촬영감독을 맡게 된다.

S#2.도원결의

정 감독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경성대 사제지간인 전수일 감독과 선배 김휘, 김백준 감독이다. 전수일 감독은 유학에서 돌아온 정 감독을 촬영감독으로 선택하면서 그가 부산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이 될 기회를 제공했다. 김휘, 김백준 감독은 그가 대학 시절 영화에 대한 열정과 고민을 나누고 소통했던 선배들이다. 이들이 대학 졸업 후 만든 영화제작사 ‘몽’을 꾸려나갈 때 “시간이 흘러도 늘 영화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단다. 술자리의 흔한 레퍼토리인 청춘들의 도원결의 같은 것이었을 터.

시간이 지나 이들의 다짐은 현실이 된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이웃사람’으로 데뷔한 김휘 감독은 독립영화 진영에 있던 정성욱에게 촬영을 맡긴다. 그리고 김백준 감독과는 두 편의 작품을 함께한다. 술자리의 다짐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영화를 함께 하는 동료가 되었고, 오랜 시간 쌓인 신뢰는 지금도 변하지 않아 부럽다.

이들처럼 도원결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 활동이 궁금한 30대 영화-촬영감독 커플이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영도’의 손승웅 감독과 최원욱 촬영감독, 그리고 최근 촬영을 끝낸 ‘다른 밤 다른 목소리’의 최용석 감독과 박준영 촬영감독이다.

S#3.부산을 영화 만드는 터전으로

올해부터 정 감독은 부산독립영화협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래서일까.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지만 부산의 영화 제작 환경을 이야기할 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산이 영화도시라고 하지만 시설적 인프라 외에 영화를 만드는 제작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 한국에서 서울을 제외하면 부산만큼 영화적으로 성과를 내거나 전문성을 확보한 곳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상업영화를 투자받을 수 있는 곳은 서울밖에 없다. 부산에 상업적 가능성이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제작을 도모할 기회가 제공되거나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는 부산 영화인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영화인에게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는 촬영 후 가족이 있는 집으로 퇴근하고 다시 아침에 촬영장으로 출근하는 꿈을 꾼다. 그의 소망처럼 부산을 떠나지 않고 계속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영화로 밥 벌어먹고 사는 동료가 많아지길 꿈꾼다.

▶정성욱 프로필

1976년 부산 출생. 경성대 연극영화과 졸업.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전수일 감독)’ ‘작별들(김백준 감독)’ ‘이웃사람(김휘 감독)’ ‘무서운 이야기2(김휘 감독)’ ‘악사들(김지곤 감독)’ ‘그림자들의 섬(김정근 감독)’ ‘아일랜드-시간의 섬(박진성 감독)’ 등 촬영.

김동백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