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독립영화제 본선심사 총평 및 수상작 발표

 

올해 부산독립영화제에는 총 24편의 작품들이 출품되었습니다. 대다수의 작품들은 감독 자신이 사는 공간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이십대 청춘들이 자신과 사회를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고민과 시선을 영화적 화법으로 전환해내는 몇몇 시도들은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4편의 영화들을 보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반복되는 물음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현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안타깝게도 많은 작품들이 현실을 재현한다는 미명 하에 현실을 그저 게으르게 복제하는 데 그치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현실이 아닙니다. 영화 내에서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 없이 영화가 현실과 만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런 영화적 치열함만이 현실에 대한 영화의 시선과 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의 출품작들에서 가장 부족했던 건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 안에서 제기된 질문을 끝까지 파고들어 마무리하려고 애쓰는 작품들이 드물었고, 심지어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충분히 고심하지 않은 채 영화를 만든 경우들도 보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극단적인 설정들에만 기대거나 소수자들의 현실을 단지 영화적 재료로 수단화하는 경향도 우려스러웠습니다. 소재가 아니라 태도와 시선이 중요하며, 그 태도와 시선은 영화의 형식으로만 전달할 수 있고, 영화의 형식이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서만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고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영화학교(대학영화 관련학과)들이 정작 그것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심사를 하는 과정이 언제나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이라는 점을 이번에도 깨닫습니다. 24개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신 감독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서로 더 나아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냅니다.

 

끝으로 올해의 수상작들을 발표합니다. 심사과정에서 별다른 이견 없었을 정도로 이번 수상작들은 24편의 영화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습니다.

 

  1. 열 여덟번째 프로포즈 상(연기상)

 

<시험 후>(최유진: 최유진 배우는 이 영화의 자연스러움을 자신의 육체와 얼굴을 통해 그대로 체현하고 있었습니다. 배우의 신체가 상투나 관습 없이 영화의 결을 그대로 따라갈 때의 신비로운 울림이란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투명하고 맑고 자연스러운 얼굴과 태도가 이후, 다른 영화들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두막>(이상현): <오두막>의 영화적 힘은 온전히 배우 이상현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에서 장애를 안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인물이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상투적이고 위험해지기 십상입니다. 이상현 배우는 그러한 어려움을 자신의 육체로 극복해내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준비하고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정확히 표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여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설정이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 그의 맨 얼굴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 또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1. 기술창의상

 

<오두막>: 사회의 주변부를 보여주기 위해 택한 극단적인 설정과 화법에서 명확한 한계가 보이는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행로를 만들어가는 강력한 힘이 있고, 그 에너지는 다른 경쟁작들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로케이션에 대한 세심한 감각이 돋보이며 연기 연출 또한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한 설정과 위태로운 시선을 상쇄하는 영화의 엔딩, 인물로 하여금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감독의 선택에서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 대한 치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거듭된 논의를 통해 엔딩장면이 이 영화에 대한 일말의 의심을 잠재적 가능성으로 고려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1. 심사위원 특별상

 

<엄마 풍경 집>: 제목 그대로 엄마, 풍경, 집을 영화적인 정서로 연결해내는 이 영화의 방식은 과하지 않고 섬세합니다. 특별한 사건을 경유하지 않고도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절제된 힘으로 따라가는 과정도 인상적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다소 느슨하고 종종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작은 약점이지만, 대사와 상황을 만드는 감각이나 누군가의 마음을 영화적으로 끌어안는 태도가 이 영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1. 대상

 

<시험 후>: 심사위원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쁜 마음으로 <시험 후>를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는 연기, 촬영, 시나리오, 편집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유려하고 꼼꼼하며 아름답습니다. 대다수의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자기만의 호흡이 이 영화에는 있으며, 세계와 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성숙합니다. 서사의 여백을 영화적 정서로 전환하는 방식이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 또한 독창적이고 인상 깊었습니다. 좋은 영화란 우리의 사사롭고 상투적인 일상을 아주 작은 시선의 차이로 낯설게 감각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영화입니다.

 

 

2016년 부산독립영화제 본심 심사위원일동